지적재산권 분야가 한국을 집어삼킨다
글   쓴   이 관리자
날         짜 2008년 12월 31일 23시 12분 28초
내         용 * 인터넷 일간신문 <뉴스한국>에 게재된 기사를 재인용한 것입니다. 

지적재산권 분야가 한국을 집어삼킨다

미, 미국법과 유사한 지재권 보호 기준을 한국에도 적용하려 -2006-09-12

[ 남희섭 • 변리사 • 한미FTA저지범국본 지적재산권공대위 위원장 ]

미국이 FTA에서 가장 중요하게 취급하는 분야 중 하나가 바로 지적재산권(이하 지재권)이다. FTA 협상을 총괄하는 미 무역대표부(USTR)는 한국과 1차 협상을 끝낸 직후인 6월 23일 지재권 문제만을 다루는 새로운 전담 기구의 창설을 발표하면서, “미국의 첨단기술을 해외에서 보호받도록 하는 것은 미국의 경쟁력 제고에 결정적”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지재권은 산업•기술 분야와 관련된 특허법, 문화•예술 분야를 관장하는 저작권법으로 나눈다. 그런데 원래 지재권 제도의 목적은 산업, 기술, 문화, 예술 분야의 창작물을 독점화하려는 것이 아니라, 창작물의 사회적 이용을 도모하고 창작 자체를 장려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지재권은 독점권만 강화하면서 창작에 투자된 자본을 보호하는 제도로 변질되었고, 개인 창작자를 보호하는 역할보다는 다국적 기업이 전 세계 시장을 독점하는 도구로 쓰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지재권을 무역과 연계한 미국의 전략 때문이고, 배후에는 다국적 기업들이 있다.

 
한국에 적용된 미통상법 301조의 실체 

1980년대부터 미국은 지적재산권을 자국과 외국에서 강화하는 전략적 조치들을 취한다. 특히 1984년에 레이건 행정부는 국제통상과 지재권을 공식적으로 연계하여, 악명 높은 미통상법 301조에 지재권이 포함되도록 한다. 원래 301조에는 외국의 법이나 정책 혹은 관행이 미국의 통상에 부담을 주거나 제한을 가하는 것이 정당화할 수 없는 경우에는 USTR이 반드시 보복조치를 취하도록 했는데, 1984년에 개정된 법에서는 ‘외국의 법이나 정책’에 지재권을 포함시킨다. 

이렇게 개정한 301조는 한국에 가장 먼저 적용되었다. 1985년 11월 4일 USTR이 한국의 지재권 제도를 문제 삼아 조사권을 발동하였고, 한국과 미국은 불과 10개월의 짧은 협상 기간을 거쳐 지적재산권 관련 통상협상의 일괄 타결을 하기에 이른다. 

그 결과 한국의 지재권 제도는 전면 재편되는데, 한국 정부는 저작권분야에서 (i)외국인 저작물을 국내 저작물과 동일하게 보호하고, (ii)저작권 보호기간을 종래 저자 생전과 사후 30년에서 50년으로 연장하며, (iii)소프트웨어의 보호를 위한 별도의 법을 만들고, (iv)개정 저작권법 발효년도 이전 10년 내에 발행된 미국저작물과 프로그램 보호법 발효년도 이전 5년 내에 창작•발행된 컴퓨터 소프트웨어는 각 개정법 발효일로부터 저작권 기간 만료까지 행정지도를 통해 보호하며, (v)음반, 비디오, 영화 및 공연은 현행법을 엄격하게 집행하여 미국저작물의 보호를 강화하기로 약속한다. 

그리고 특허와 관련해서는 물질특허를 도입하고 의약품 특허의 기간 연장을 제도화하며 특허기간을 12년에서 15년으로 늘리고 특허침해에 대한 벌칙을 강화하는 등 조치를 취한다. 특이한 점은 미국만을 위한 예외조치를 약속했다는 것이다. 의약품 특허 보호에 대해 미국인만을 위한 특혜 조치를 취하고 1980년 1월 1일 이후 미국에서 특허를 받았다. 1987년 7월 1일 현재 한미 양국에 시판되지 않은 의약품 중 한미 양국협의기구에 통보한 품목에 대해 1987년 7월 1일부터 10년간 행정지도를 통해 한국 내 생산과 판매허가 금지를 명시했다. 개정 저작권법의 시행 전 10년간 미국에서 취득한 저작권에 해당되는 저작물에 대해서는 한국 내에서 복제를 금지하며, 컴퓨터 프로그램에 관한 신법에서도 시행 전 5년간 미국인이 창작 또는 공표한 것은 한국 내에서 보호되도록 하였다. 

당시 협상에 참여했던 한국 측 실무자조차 ‘방어밖에 없었던 한미저작권 협상’이라고 부르는 협상 결과에 대해 일본 동경대의 나카야마 교수는 “이것이 문명국 우방 간 협정인지 눈을 의심하게 될 지경이다. 
이는 마치 전승국이 패전국으로부터 노획물을 독점하고 있는 것과 유사하다”고 조롱에 가까운 비판을 했다. 미국만을 위한 예외 조치에 대해 우리 통상외교의 실수라는 지적이 있었고, 양해각서에 포함되어 있던 물질특허의 소급 보호는 한국 경제 관료들 사이에서도 ‘항복문서’로 통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협상결과를 정치적 요인으로 분석하면, 정치적 기반이 취약한 당시 제5공화국 군사정권은 미국에 의한 보복조치가 곧 정치체계의 안정 기반과 직결된다는 인식을 하고 정치적 잠재력과 인식기반이 약한 지재권의 대폭적인 양보를 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한미 간 지재권 협상, 교역이 아닌 약탈 수준 

앞에서 80년대의 한미 간 지재권 협상을 길게 설명한 이유는 한국 사회의 지재권에 대한 인식이나 태도가 한미FTA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2006년에도 별로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한국이 80년대에 미국의 통상압력에 굴복하여 지재권을 대폭 강화한 결과 미국에게 거의 약탈을 당하는 수준의 피해를 보고 있지만, 한국 사회 내에서는 이러한 약탈이 있는지를 알지도 못한 채 미국 수준으로 지재권을 강화하는 것이 선진 제도의 수용이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2년 세계은행이 낸 보고서에 따르면, 지재권을 국제기준에 따라 강화했을 때 미국은 무려 190억 달러의 흑자를 보지만 한국은 153억 달러의 적자로 중국의 3배에 달하며 세계에서 가장 손해가 큰 국가이다. 이는 단순한 교역상의 불균형이 아니라 거의 약탈에 가까운 수준이다. 

여기서 실질 GDP 7.75% 성장은 FTA 발효 후 약 10년간에 걸쳐 일어날 데이터를 의미한다. 지재권을 강화했을 때 한국의 지재권 로열티로 인한 무역수지 적자가 153억 달러인 점에 비추어 보면, 지재권 로열티로 2년간 지급하는 금액이 한미FTA로 인해 10년 동안 생길 수 있다는 실질GDP 성장을 상쇄할 정도이다. 


미국에 지재권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 

미국이 FTA 등을 통해 지재권 강화를 주장하는 이유는 어마어마한 수익 때문이다. 2006년 3월에 발행된 세계무역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 한 해에만 미국이 지재권 로열티로 얻은 수입이 513억 달러(약 60조원)에 달한다. 
지재권 로열티 수입이란 지재권 이용료를 말하는 것이므로 지재권 상품 그 자체를 판매하여 얻은 수익까지 합하면 미국이 지재권으로 얻는 수입은 로열티 수입의 수십 배에 달할 것이다. 만성적인 무역수지 적자로 허덕이는 미국에서 지재권은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셈이다. 

이처럼 미국은 지재권 보호 강화로 엄청난 이득을 보기 때문에 미국 통상법에 FTA 지재권 협상의 목적을 상대국에게 미국법과 유사한 지재권 보호 기준을 만드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며, 이는 한미FTA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놀라운 점은 미국 상무성은 다른 나라에서 약가 통제를 하지 못하게 하였을 때, 미국 제약사들이 특허권으로 얼마나 더 이익을 볼 수 있는지 조사하여 이를 토대로 남의 나라 약가에 간섭하고 나선다는 사실이다. 

11개 OECD 국가(프랑스, 독일, 캐나다, 영국, 일본, 호주, 이탈리아, 스페인, 벨기에, 네덜란드, 스웨덴)에서 약가 통제를 하지 못하게 할 경우, 2003년에 267억 달러 만큼 특허의약품의 수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 미상무성 보고서를 토대로 한미FTA에서 미국이 왜 한국의 약가제도를 그렇게 심각한 문제로 삼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또한 미국은 지재권 관련 산업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저작권 산업만 예로 들면, 2002년 미국 저작권 관련 산업(도서, 신문, 영화, 음악, 텔레비전 방송물, 컴퓨터 프로그램 등)이 미국의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6%이며 총액은 6,266억 달러이다. 이는 호주, 아르헨티나, 네덜란드, 대만의 총 GDP를 넘는 규모이다. 2002년 당시 한국의 GDP는 5,469억 달러로, 한국의 국내총생산보다 약 800억 달러나 더 큰 엄청난 규모이다. 수출량도 2002년에 892.6억 달러로, 화학, 식품, 육류, 자동차, 항공기 등 다른 산업분야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문화관광부가 펴낸 ‘문화산업백서 2005’에 따르면 전 세계 문화콘텐츠 산업의 40%를 미국이 차지하며 군수산업과 함께 미국 경제를 이끄는 양대 산업으로 문화산업을 꼽고 있다. 그래서 미국은 문화콘텐츠의 세계시장 장악을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온 힘을 다해서 저작권의 보호를 강화하고 각국에 이를 강제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이 한미FTA 지재권 협상에서 노리는 것은 바로 미국 기업들의 이윤 극대화이며 구체적인 요구 사항은 크게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지재권을 통해 미국 기업이 이윤을 회수할 기간을 늘리는 것이다. 특허권의 경우 특허청의 심사지연으로 인한 기간만큼 특허기간을 연장하라는 것이나, 저작권의 경우 보호기간을 현행 50년에서 70년 또는 80년으로 연장하라는 요구는 모두 이윤 횟수 기간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1998년에 저작권 보호기간을 70년으로 연장하는 법을 통과시켰는데, 이 법은 월트디즈니사의 ‘미키마우스’의 보호기간을 늘리기 위한 것이라는 의미로 ‘미키마우스법’이란 조롱을 받고 있다. 

2004년 통계에 따르면, 미키마우스 캐릭터로 인한 매출은 연간 6조 원을 넘는다. 우리나라 전체 영화산업 1년 총매출의 2배가량 되는 엄청난 규모이다. 미국은 1조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블록버스트 캐릭터가 6개나 된다. 미국이 왜 저작권 기간을 연장하려고 하는지 이로 인해 얼마나 이득을 보는지는 더 설명이 필요 없다. 
둘째, 이윤 회수의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다. 저작권 분야에서는 (i)접근통제형 기술적 보호조치의 인정 (ii)일시적 저장을 저작권자의 권리로 인정, (iii)사적이용의 면책 범위 축소 등의 주장이 있다. 또한 특허권 분야에서는 (i)치료방법의 특허 인정, (ii)강제실시 요건의 축소, (iii)병행수입의 금지, (iv)심사지연으로 인한 특허기간의 연장 등의 주장이 있으며, 의약품 분야에서는 임상시험 자료에 대한 독점권 인정을 요구한다. 

셋째, 이윤 회수 절차와 방법을 간소화하는 것이다. 온라인서비스제공자를 통해 저작권 권리 행사 절차의 간소화나 식약청의 의약품 허가 과정에서 특허정보를 이용하도록 요구하는 것도 이윤 회수의 절차와 방법을 간소화하겠다는 것이다. 더구나 한국 정부의 행정력을 동원하여 지재권 침해 행위를 단속하라고 압력을 넣고 있으며 심지어 사법절차를 뜯어고쳐 손해배상액을 높이는 등 일방적 구제조치의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지재권 분야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는 바로 분쟁해결 규정이다. 미국은 FTA를 통해 지재권자를 투자자로 보호하도록 하여 투자자-정부 소송이 가능하게 하고, 한발 더 나아가 비위반제소 조항을 집어넣고 있다. 비위반제소란 말 그대로 협정을 위반하지 않았는데도 제소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 제소의 근거는 ‘기대되는 이익의 무효화 또는 침해’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의약품 특허권자는 특허권을 가지고 있으므로 한국 시장에서 독점가격을 기대할 수 있는데, 한국 정부가 약제비적정화 방안을 통해 약가를 낮추면 이러한 기대 이익이 무효화 또는 침해되었다는 이유로 한국 정부를 제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재권에 관한 비위반제소 문제는 20년 가까이 국제사회에서 논의를 했으나 미국을 제외한 어느 나라도 찬성하지 않았다. 미국이 비위반제소의 인정을 고집하는 주된 목적은 국제협정에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려는 개별 정부의 조치를 인정한 조항을 무력화하려는 것이다. 

한국 정부의 어떤 공무원이 미국의 지재권자로부터 직접 제소를 당할 수 있는, 그것도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의 비위반 제소를 당할 수 있는 상황에서 공공영역을 고려한 정책을 펼 수 있겠는가? 비위반 제소와 투자자-정부 소송은 공공정책을 무덤으로 끌고 가는 저승사자가 될 것이다. 

이 글에는 정보공유라이선스 2.0 : 허용(freeuse.or.kr/license/2.0/hy/)이 적용됩니다. 
첨 부 파 일  

  총 게시물 : 12 ( 1 / 2 )
번호 제 목 글쓴이 날짜 조회
12  한미FTA 지적재산권 협상: 허가-특허 연계 관리자08-12-314747
11  “녹색성장 좋다” * “과학기술계 목소리 반영 안돼” 관리자08-12-314579
10  지적재산권 분야가 한국을 집어삼킨다 관리자08-12-313592
9  과학기술연구 지원, 일관성 있어야 관리자08-12-313213
8  제동 걸린 초일류 과학기술 국가 건설의 꿈 관리자08-12-31831
7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정책과 ‘577 전략’ 관리자08-12-31882
6  한미FTA를 떠도는 유령, GMO? 관리자07-01-092665
5  "반도체, 이젠 빠르게..." 관리자06-12-132634
4  한미FTA 협상 쟁점들 (인용문) 관리자06-11-244229
3  특허괴물(Patent Troll)이 몰려온다-KIPRIS뉴스센터 게재문 관리자06-11-153734
[1][2]